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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숙 개인전 <레드의 반란 Red Rebellion>

  • 전시기간 2023-09-23 ~ 2022-10-09
  • 전시장소 여주도자문화센터
  • 전시작가 황예숙
전시내용
루시안 프로이트(Lucian Michael Freud)는 “보통 나는 사람들 얼굴의 감정을 담고자 노력한다. 나는 사람들의 몸을 통해서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얼굴만 그렸었는데 마치 얼굴에 집착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그것들의 팔다리가 되고 싶은 것처럼...” 그림이 곧 살이며 몸이라고 생각한 프로이트가 남긴 말을 생각하며 황예숙 작가를 떠올렸다. 두 작가는 비슷한 맥락에서 평생을 작업에 몰두했다. 살아가며 느끼는 매 순간의 애환(哀歡), 경험과 사유, 서사(敍事) 모두가 오롯이 작품에 녹아있다. 사물의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명징한 조형 언어로 떠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맥을 같이한다. 두 작가 모두 공히 조형적 견고성을 기반으로 내재적 생명력이 담긴 작품을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마치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변주들과 울림들을 듣게 해주고 기발한 절단들을 행하며, 우리 위를 비상하는 어떤 사건들을 가져다준다.’

황예숙 작가의 작품은 쓰임을 전제로 한 공예의 일부인 도자 공예의 범주를 과감히 넘어서는 동시에 통섭(統攝)한다. 흙을 매개로 현대미술의 영향을 받아 조형, 조각의 범주, 더 나아가 개념 미술에 가까운 작업을 전개하는 작가는 많지만, 황예숙 작가는 작가만의 독자적 세계를 견고히 해왔다. 작가는 이를 살아가면서 익숙함에 길들여진 보통의 규칙보다는 시대를 예견한 듯한 무지한 농담, 느닷없이 상상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라고 설명했고 필자는 실존하는 혹은 실존했다고 여겨지는 감정이 누적되어 실체화된 형상이라고 생각했다.

기술적 기재(器才)가 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꿔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도자 작업의 물질성과 매체 본래의 독보적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황예숙 작가의 경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것은 작가의 작업 전개 과정에 기인한다. 바로 흙이라는 질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물성 표현, 적극적인 유약 활용, 소성의 반복이 그것이다. 황예숙 작가는 동청유약의 청비취색과 화이트, 핑크 계열의 유약들을 오랜 실험 끝에 얻어낸 정밀한 감각과 데이터를 활용해 병치, 혼합, 중첩함으로써 단계적 차이 즉 그러데이션(gradation)을 이끌어낸다. 50년 가까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지만 경험만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우연적 효과 역시 그대로 수용한다. 아니 오히려 뜻하지 않은 결과에 따른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고 즐거워한다. 1,250℃, 1,242℃, 1,235℃, 1,190℃... 대개의 작품이 재벌로 완성되는 것과 달리 작가의 작업은 삶이 실체화된 형상임을 방증하듯 제작 과정 역시 다사다난하고 그 자체로 미적 형상성 즉 서사를 갖는다.

“나의 작품은 원초적 교감(交感)의 충동으로 시작되고 유희(遊戲)로 계획되고, 즐기면서 제작된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구상을 하고 아주 단순하게나마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지만 제작하면서 흙이라는 물성이 1,250℃라는 고온에서 견디어 낼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구심점을 두고, 그 구심점에 맞추어 디자인이나 조형성을 조절해 갖추어 나간다. 그러면서도 기능성 등의 편리함을 찾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어떠한 영역에도 속박받지 않고 즐기는 그 자체만으로 제작한다. 그래야만 내가 원하는 쪽으로 모든 것이 편안해진다. 나는 먼저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간을 생각한다.” 올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중요한 전시를 치러내며 생각을 갈무리한 작가는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화두를 준비했다. 바로 이번 개인전의 주제인 ‘RED Rebellion’이 그것이다. “어느 날 호랑이를 며칠간 밤을 새워가며 만들었다. 처음에는 옅은 주황색인 비비드 옐로우로 화장토 색을 만들어 칠해보았으나 호랑이가 고양이로 보이는 듯 너무 가난해 보였다. 칠한 것을 세척해서 몸체를 말린 후 레드 매트 유약으로 시유를 하고 눈은 보색인 녹색으로 모양새를 다듬고 1,245℃에 연거푸 4번을 보완하고 산화 소성하여 탄생한 붉은 나의 레드 호랑이! 이때부터 나의 레드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작업 그리고 전시는 계기와 과정은 즉흥적이되 진중함과 치밀함, 집요함을 놓치지 않는다. 작가에게 작품은 곧 삶이고, 삶은 작품 제작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이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모티브가 이합집산하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형태를 구축하고, 단순화하고, 해체하면서 조형적 힘을 얻는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 주제를 ‘레드의 반란’이라고 명명하고 ‘조형설치도예전’이라고 주창했다. 작가의 형식실험은 가구와 그릇 등 생활용품의 오브제 혹은 예술로의 확장으로 이어졌고, 삶의 현장 속에서 추출한 개인적 서사를 보편적 이해를 얻는 예술의 발견으로 심화하고 있다. 구축적인 것에서 해체적이고, 필연적인 동시에 우연적인 작가의 작업과 삶은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감독의 영화 <길(La Strada)>처럼 인생에 대한 은유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 안준형 여주시청 주무관, 문화행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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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