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는 교각 아래 번지는 무성한 초지, 그리고 그 초지에 우연히 새겨진 흔적들 등 주변에 늘 존재하는 녹색 식물들의 풍경들이 등장한다. 녹색의 풍경은 평면에서 조각하듯 3차원으로 입체화되고, 전체적으로 균질한 색상으로 다시 2차원으로 평면화 되었다. 3차원의 일상의 형상들과 사건은 평면 공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조율된 듯한 명암 처리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평면적으로 보이며 부동성을 띤다. 구체적 형상 그림을 동일한 색채의 변주만으로 평면적으로 묘사하여 마치 색면회화처럼 보이도록 낯설게 하기도 하고, 움직임은 없지만 움직임을 예측케 하는 응결된 장면을 제시하는 방식을 통해, 그려진 장면들의 그 전후의 움직임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영상이미지가 현실을 압도하는 현시점에서, 회화라는 시각적 쾌락을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과 공유하는데 그 의미가 있으며, 일견 일러스트레이션처럼 보이는 표현방법은 기존 모더니즘 회화와는 다른 샛길을 내는 것으로서 회화의 표현영역을 확대하고 현 시대를 반영하는 새롭고도 다양한 예술언어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