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고유의 풍속 가운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어떤 일이 보다 잘되기를 바랄 때에는 고사(告祀)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고사를 지낼 때, 제주(祭主)는 주로 그 집안의 주부가 맡는 것이 상례이며, 주로 가을철에 지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새로 집을 지을 때에 터를 다지면서 터주신에게 올리는 고사라든가 새로 가게를 차릴 때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고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액(厄)을 방지하는 의식(儀式)으로 거행되곤 하였다.
이러한 고사를 지낼 때는 적어도 15일 이전부터 궂은일과 비린 음식을 피하고 몸을 깨끗이 한다. 제물(祭物)은 주로 떡시루와 정화수, 그리고 주(酒)·과(果)·포(脯)를 준비하는 것이 통례로, 6상을 준비한다. 이 육신(六神)은 조상신, 터주신, 성주신, 조왕신, 삼신, 잡신(雜神)의 6신인데, 이러한 고사를 지낼 때는 각각 상을 놓는 곳이 정해져 있어 조상신의 상은 집주인이 거처하는 안방에, 터주신의 상은 뒤꼍 터줏가리 주위에, 성주신의 상은 대청에, 조왕신의 상은 부엌에, 삼신의 상은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에, 잡신의 상은 측간이나 기타 여러 곳에 나누어 놓으며, 그 밖에도 떡과 술을 변소나 굴뚝 등에 갖다가 놓는다. 이러한 집안의 고사는 대개 주부가 하는 것이 원칙이나 무당을 불러 하는 경우도 있다. 고사를 지내기 전에 제주(祭主)는 목욕하고 몸을 정결하게 한 후에 축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