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리 동네 어귀에는 돌을 모아 세운 탑 2기(基)가 있다. 하나는 44번 도로변 백자교 옆에 있으며,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 논을 건너 바라다보면 구길가에 서 있다. 1m 남짓 되는 높이로 쌓아 올린 탑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매우 오랜 신앙형태의 하나로 짐작된다.
백자리에서는 6·25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일 년에 한 차례씩 셈을 보는 대동계 때 탑고사를 위한 곡식을 미리 마련하고, 그 해 고사를 지낼 아주머니를 뽑아 탑고사를 지내왔다. 다른 지역의 경우 마을신앙을 주관하는 이들이 대부분 남성들인 데 비해, 백자리의 탑고사는 여성에 의한 신앙행위라는 점에 특색이 있다. 추수가 끝나고 음력 10월경이 되면 대동계가 열리는데, 그날 탑고사를 위임할 사람을 뽑는다. 대동계에서는 마을에서 부정 타지 않은 깨끗한 여인을 뽑아 그해의 탑고사를 위임한다.
탑에 치성을 드리는 일을 위임받은 여인은 집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세 군데 놓고서 치성을 드리는데, 밤에 나와서 두 군데 탑에 가서 치성을 드린다. 고사를 지낼 때는 백설기와 정화수를 떠놓고 자리를 깔고 마을이 무사하게 해달라고 기원을 한다. 남성에 의한 제의가 아닌 여성들에 의한 제의이기 때문에 축문은 없다. 대개 음력 10월 상달에 날을 잡아 지내는 백자리 탑고사는 부정 탄다고 해서 낮에는 지내지 않고 밤에 지냈다. 이와 같이 지내온 백자리 탑고사는 마을 전체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여인들의 신앙행위였으나, 6·25 전쟁 이후로는 행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