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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반정의 오리정승과 도끼정승

1615년에 오리 이원익이 인목대비의 폐모론을 반대하다가 홍천(洪川)으로 귀양을 가고, 다시 그 유배지(流配地)가 여주(驪州)로 옮겨지게 되었다.

1617년에는 정인홍, 이이첨(李爾詹) 등의 폐모론이 분분하여 결국은 계모가 되는 인목대비를 삭호(削號)하고 서궁(西宮)으로 내쫓아 유폐시켰다. 이로 인하여 모든 유생들이 들고 일어나 백성의 불만은 날로 심하게 되었으며 이에 자극된 광해군은 더욱 난폭한 정치를 하게 되었다. 한편 대북파에게 눌려서 지내던 서인 일파에게는 인목대비 유폐사건이 반정투쟁(反政鬪爭)을 일으키기에 좋은 구실이 되었다. 서인의 이귀(李貴), 김자점(金自點), 김유(金流), 이괄(李适) 등은 이를 계기로 무력정변(武力政變)을 기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원익이 반정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문제였다. 무조건 반정을 일으켰다가는 그 성패도 문제지만 백성들에게 납득시키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온천하 백성들에게 첨앙을 받고 있는 오리정승의 승낙이나 협력의사에 따라서 반정 또한 국민의 호응을 받을 것이 자명한 노릇이었다. 이에 오리정승을 등에 업고 거사를 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오리정승의 의사타진이 중요한 문제였다.

누가 가서 어떤 방법으로 그의 뜻을 알아보느냐는 의사(義士)들의 의견이 분분할 때 원주땅 장산촌(長山村, 현재 북내면 장암리)에 한 용감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의를 위해서는 어느 때라도 목숨을 던질 만한 각오가 서 있었으니 이가 곧 도끼정승 원두표(元斗杓)이다.

그는 곧 오리정승을 만나 반정거사의 의향을 알아보기로 하고 초라한 선비 차림으로 오리정승의 거처를 찾아나섰다.

이때 오리정승은 유배지에서 국정을 근심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워 자리를 맸다. 그러나 그의 손에 자리 매는 솜씨가 익었을 리가 없다. 자리골이 이리저리 삐뚤해져도 여전히 밤늦도록 고드랫돌을 덜그럭거리며 자리틀에 붙어 앉아 몰두했고 아침이면 장에 나가 맨자리를 팔아서 조석을 이었다. 그러나 그가 오리정승이라는 것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때는 음력 3월이라 해는 길고 날 또한 따뜻하여 이따금 강변에 나와 어지러운 사직을 걱정하였다. 해가 서산에 기울 무렵 그는 처소로 들어갔다. 잠시 후 밖에서 사람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장 홀로 계시면 불편하시겠지만 하룻밤 유할 수 있을런지요?”

“거 사정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오리정승은 유배 중인지라 혹시라도 해서 젊은이를 이모저모 뜯어보고 물어보았지만 의심 가는 데는 없었다. 다만 얼굴이 귀인상인데 행색이 남루함이 좀 언짢기는 하였다.

오리정승이 손수 끓인 나물죽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쳤다. 젊은이는 크게 하품을 하며 길게 방안에 누워버렸다. 젊은이는 누워서 오리정승을 찾은 목적을 달성할 계책을 다시 한번 세밀하게 생각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조그만 집이 떠나갈 듯이 코를 곤다. 그렇지만 오리정승은 근심으로 잠이 깊이 들지 못하였다.

광해군의 폭정으로 민심은 동요되고 사태는 점점 악화일로에 접어든 지금 오리정승의 마음은 착찹하기만 했다. 젊은이의 코고는 소리는 천하태평이다. 젊은이는 코를 골면서 생각했다. 오리정승이 아직 잠이 들지 않았으니 그의 마음을 떠볼 만도 하다. 그는 짐짓 몸을 뒤척이며 중얼거렸다.

“계모를 내쫓아야 하겠는데 명색이 사대부집이니…남의 눈이 무서워….”

오리정승이 가만히 들으니 언뜻 짚이는 데가 있다. 더구나 그는 광해군이 그 계모가 되는 인목대비를 강등하여 서인으로 유폐시키는 폐모론을 반대하다가 귀양온 형편인데 이 젊은이의 잠꼬대는 은근히 나를 떠보고 있지 않은가. 이는 대북파의 첩자인지도 모른다.

오리정승은 벌떡 일어나 호통을 쳤다.

“뭐 ! 계모를 내쫓을 판인데 남의 눈이 무섭다구! 당장 일어나 나가거라. 너 같은 놈은 재워줄 수 없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놀란 젊은이는 오히려 태연하다.

“아 예, 아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살기도 기구하여 계모가 귀찮을 뿐더러 나라에서도 폐모를 시켰는데 하찮은 백성이야 뭐.”

젊은이는 겉으론 호통을 받고 있지만 속으론 그지없이 반갑다. 오리정승의 진심을 알고 난 그는 정색을 하고 자기가 찾아온 사유를 말했다. 오리정승은 호통치던 서슬은 사라지고 고개를 끄덕여 마음으로 대답하고 원두표 또한 그에게 의사들의 진심을 전하니 오리정승 또한 기뻐했다. 거사를 시행함에 조금도 착오없이 진행되어 반정에 성공하였다. 젊은이는 공신에 책록되어, 오리정승은 영의정으로 다시 입궐하게 되어 여주땅을 떠났으며 말 없는 자리들만이 오막살이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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