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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남리 지경닫기

지경닫기란 집을 짓기 전에 땅을 단단하게 다짐으로써 집을 튼튼한 지반 위에 세우기 위한 방법으로, 요즈음에 이루어지는 일종의 기초공사에 준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지경닫기는 터만을 다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일종의 무속적인 내용까지 곁들여 있어, 터를 건드릴 때 나타난다는 동티를 막기 위해 고사상을 차려 놓고 고사를 드리는 제의식(祭義式)과 함께 이루어지는 특이한 민속이다.

여주는 얼마 전까지 지경닫기를 행하였다. 대신면 천남리·능서면 번도리·가남읍 오산리 등에서 근래까지 지경닫기를 했다고 한다. 특히 대신면 천남리에는 지경석을 마을에 보관했다고 한다. 그들이 얼마나 옛 민속에 대해 신앙을 갖고 생활해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승이 거의 중단된 듯하다. 여주는 남한강을 끼고 있어 아무 곳이나 파보아도 물이 솟아 식수를 사용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대신 연약한 지반이 많아 상대적으로 지경닫기가 타 지역에 비해 성행했던 것 같다.

원래 지경닫기는 어떠한 과정의 구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순차적인 방법에 의해서 진행된다. 지경닫기는 집터를 다지는 단순한 의미와 집터를 건드림으로 해서 일어나는 동티(흔히 터주신의 노여움을 사기 때문이라고 한다)를 막기 위한 무속적인 뜻의 복합적 의식으로 밤에 이루어진다. 지경닫기를 밤에 하는 이유는 낮에 지경을 다지면 지신(地神)이 활동을 하지 않음으로 신에게 드리는 제사가 효과가 없고, 밤에 지신이 활동할 때(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의 대부분이 밤을 기해 행해지는 이유도 이러한 뜻이다. 즉 밝은 낮에는 귀신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제사 등을 밤에 드리는 이유도 혼도 밤이 되어야 나타나지 닭이 울고 날이 새면 모든 잡신이 없어진다는 토속적인 무속신앙 때문이다) 이루어져야 제대로 지경을 다진 것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지경을 다지는 것은 품삯을 주는 것이 아니고 마을의 협동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을 끝낸 밤에 모여서 한다.

밤이 되면 터의 주인이 동리의 사람들을 모아 지경 다질 준비를 한다. 이 지경닫기의 의식에 동원되는 사람들은 품삯을 받는 것이 아니고, 단지 동리의 잔치로 생각해 일종의 놀이마당에서 행해지듯 자진해서 참여하며, 어느 집이 되든지 간에 지경을 다지면 온 동리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한바탕 흥청거리게 된다. 이러한 참여는 우리 민족의 상부상조의 좋은 예라 하겠다.

사람들이 모이면 집주인이 고사상을 장만하고, 고사상 위에는 간단한 술과 포(안주)를 차려놓고 집을 짓더라도 아무런 해가 없이 복을 내려달라고 축원을 한 다음에 술을 사방에 뿌린다. 이러한 의식은 잡귀를 막는 방법으로 흔히 어느 선기(先記)에서나 나타나듯 똑같은 절차가 된다.

고사가 끝나면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주인이 장만한 술과 음식을 먹는다. 이때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은 따로 품삯이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많은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 예의이다. 술은 지경닫기를 하는 도중에도 마시기 때문에 독에 가득 준비한다.

음식을 먹고 난 후에 횃불을 밝힌 다음 동리의 장정들이 지경돌을 가운데 놓고 돌을 짚으로 묶어서 들었다 놓았다 하며 터를 다진다. 이때는 선소리꾼이 북을 메고 선창을 부르면 지경꾼들이 후렴을 부르며 땅을 골고루 다져나가는데, 선창의 전반부에 지경돌을 들어올리고 후반부에 내려 닫고, 후렴의 전반부에 들어올리고 후반부에 내려 닫고 하는 방법으로 반복된다. 이렇게 행해지는 지경닫기의 노래는 보통 집을 지어서 동티가 나지 않고, 그 집안에서 효자와 열녀가 나고, 정승·판서가 태어나는 좋은 터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공동적인 협동심이 우리 민족의 참다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지경닫기의 인원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동리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서로 협동적으로 이루어지던 것이다. 지금은 모든 건축물이 직업적인 전문가에 의해 기계화된 과학적인 기초공사로 인하여, 지경닫기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행할 당시의 인원구성은 대략 다음과 같이 편성된다.

집주인(지경닫는 터의 주인), 선소리꾼(북을 메고 장단을 치면서 선창을 부른다), 지경꾼(지경돌을 들고 지경다지기를 하여 지경노래의 후렴을 부르며 보통 8~12명으로 구성된다), 횃불잡이(밤에 이루어지므로 지경돌에 다칠 염려가 있어 지경꾼의 주위를 밝히며 보통 5~6인으로 한다) 기타 동리 사람들 다수이다.

이러한 편성인원은 어느 지역이나 지경닫기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인원 구성이며, 때에 따라서는 선소리꾼도 북을 메지 않고 그냥 지경꾼 틈에 섞여 지경돌을 잡고 선소리를 부르기도 한다.

여주지역의 지경은 대략 두 종류로 나타나며 크기는 높이 두 자, 굵기는 한두 자다. 이러한 지경석은 가운데 구멍을 뚫고 그곳에 나무를 꿰어 나무에 지경줄을 매어 사용하는 것이 있고, 지경석의 허리를 매어 그곳에 지경끈을 연결해 사용하는 지경석도 있다. 이 같은 지경석은 흔히 어느 지역이나 같은 형태로 나타나며, 지역에 따른 특징은 없다.

여주지역의 지경닫기 노래도 여러 형태가 있다. 대개 창자(唱者)마다 비슷한 내용을 부르며, 지경노래는 어느 지역이나 공통적으로 나타난다.1)

지경노래1

에헤이야 지경이여
(후렴)에헤이야 지경이여
먼데 사람은 듣기나 좋고
가까운 사람 보기나 좋게
금두꺼비 다칠세라
가만가만 다저주소
봉황새 한쌍을 넣었으니
가만가만 다져주소
이집터를 마련할제
앞뒤를 돌아보고
뒷산내력 받아와서
이집터를 마련할제
앞산내력 받아와서
이집터를 마련할제
아들나면 효자낳고
딸을 나면 열녀로다
닭을치면 봉황이되고
돼지를 먹이면 동도시되고
지경닫는 우리 일꾼
이집터를 잘닦으면
천년만년 무강하지
우리가 이지경을 잘다지면
천년만년 무강하고
자손대대 무강일세
에헤이라 지경이요

지경노래 2

어기여차 지경이요
(후렴)어기영차 지경이요
여보청춘 벗님들아
이내말씀 들어보소
천지지간 만물중에
사람이 제일이니
사람의 귀한바는
오륜의 으뜸이라
오륜을 마련후에
정신수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한 연후에
보국충신 할양이면
대장부가 할일이라
어기여차 지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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