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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로 보는 여주시사

업신

한편 업은 집안의 재운(財運)을 관장하는 신으로, 뱀·족제비·두꺼비 등의 동물이 주류를 이루며, 때로는 사람이나 간장을 업으로 삼기도 한다. 업의 신체(神體)는 뒤뜰이나 창고에 모셔지는데, ‘업왕’·‘업위신’이라고도 한다. 한번 들어온 업이 집안을 떠나면 그 집안이 패가망신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주인은 업을 섬기는 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외부인의 접촉을 꺼린다.

터주는 매년 가을에 주저리를 벗기고 새것을 입히는 반면, 업가리는 기존의 주저리에 새로운 주저리를 덧씌운다. 따라서 업가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기 마련인데, 이것은 재물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업가리에 씌운 지붕을 함부로 벗겨내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으로 생각된다.

업가리 안에는 터주와 마찬가지로 곡식을 넣은 단지가 있으며, 가을 고사 때 햇곡을 넣어둔다. 마을에 따라서는 단지 안에 돈을 넣는 경우도 있고, 아예 단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단지 안에 든 쌀은 밥이나 떡을 해서 가족들만 먹는다. 이 역시 업이 재물을 관장하는 신이기 때문에 재물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는 뜻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흥천면 효지리에 살다가 금사면 외평리로 시집와 살고 있는 최순품은 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튿날 시집을 와 가지고, 그 이튿날 이상한 꿈을 꾸어서 얘기를 했었어요. 아니 삼일인가 있었는지 그 이튿날인지 잘은 모르겠지마는, ‘할머니, 할머니 저는 시집을 오기 전에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그랬지요. 그랬더니 ‘무슨 꿈을 꾸었니?’ 그러시더라구요. ‘할머니, 나는 시집을 오는데 하얀 앞치마에다가 족제비 세 마리를 싸가지고 여기를 왔어요. 친정에서.’ 친정에서 족제비 세 마리를 싸가지고 이 집을 온 거야. 내일은 잔친데, 옛날엔 다 구식이 많잖아요. 시골에서 하니까. 그래 구식으로 하는데 내일은 잔친데 오늘 저녁에 잠인들 오겠어요? 마음이 착잡하고 두근거리고 이상하지. 그래서 어떻게 슬며시 잠이 들었는데 내가 이렇게 하얀 앞치마에다가 족제비 세 마리를 싸가지고 이 집 대문간을 들어서더라구요. 한번 왔다 갔으니깐 집이 인제 눈에 익어서. 그래서 참 이상스러워서. 그래니까 처음에는 마음이 안 편하더라구. 족제비를 세 마리를 쌓기 때문에. 그래서 그랬더니 할머니가 그러면 그게 업인데 업을 받아야 되지 않느냐구. 그게 업이라구. 니가 업덩어릴 싸가지고 들어와서 우리 살림을 이룰려나 보다구. 할머니 말씀이 그러시면서, 저기 기둥 저 기둥에 저 좀 쳐다보시오. 저 끝에가 저런 데가 있거든. 기둥에 이게 다 나왔지 이게. 이게. 거기다가 일 년이면 꼭 솔가지를 셋씩 꽂아서 끼우시더라구. 꺾어다가 할머니 손수 꺾어다가 끼우시더라구. 귀 끝에다가. 상구 끼워가지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할머니 돌아가신 지가 꽤 여러 해 되었어요.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도 한 이태쯤 하다가는 그냥 너무 바쁘고 사는 게 그냥 뛰어다니다 보니까 잊어버리고. 또 인제 아이들이 며느리 보구 손주가 낳으니까 집이 좁더라구요. 그래서 뒤를 늘렸어요. 이 서까래만큼. 뒤를 빙 둘러. 저기서부터 빙 둘러 뒤를 늘렸어요. 그러는 바람에 그게 없어져버렸어. 그게 업이라고, 업가리라고 할머니가 한 20년은 가지고 계셨을 거야 아마. 해마다 솔가지 세 개를 빼가지고 상에다 갖다두시고 상에서 세 개를 꼭 가져오셨다구 할머니가. 꺾어다가 높아서 못 올라가면 손주더러 뭐 받침대를 놓으라고 그러신다구. 그러면 당신은 그 받침대를 놓고. 뒤에도 쪽마루가 있었어요. 요거만한 쪽마루가. 뒤에 문으로 딛고 문을 열고 나가고 이렇게 열구 나가고 이런 식으로 있었어. 그럼 키가 작으셔서 쪽마루에 서셔도 거기 안 닿으니까 손주보고 날보고 받침대를 놓으라구. 그럼 인제 의자를 갖다 놓고 이렇게 꼭 당신 손수 거기다 업이라구 한 20년을 업가리라고, 그거 외에는. 그래서 그런지 어째 그런지 아들딸 낳고 밥먹고 살아요, 그냥. 중상은 못 되어도 밥 먹고 살아요 그냥.1)

터주와 업은 뒤꼍 장독대 옆에 나란히 모시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현재 여주의 경우에는 강천면 간매리, 금사면 외평리, 능서면 번도 2리와 왕대리·마래리, 대신면 율촌 2리, 북내면 신남리와 지내리, 점동면 처리와 흔암리, 흥천면 다대리와 신근 3리 등 터주와 업을 모시고 있는 가정을 널리 확인할 수 있지만, 대개 한 마을에 서너 집 정도 남아 있을 뿐 대부분 없애버리고 남아 있지 않다. 남아 있더라도 터주 안에 벼를 담아놓지 않고 빈 터줏단지만 모시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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