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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유적

조선시대의 지배층인 사대부(士大夫)는 유교(儒敎) 윤리관에 입각해서 조상에 대한 숭모(崇慕)의 마음으로 일정한 격식에 맞춰 분묘(墳墓)에 석물(石物)을 설치하고 묘비(墓碑)를 건립하였다. 이러한 행위가 조상의 덕(德)을 밝히고 현창하는 것이며 올바른 예(禮)의 실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성인(聖人)으로 추앙하던 공자(孔子)나 주자(朱子)의 가르침을 철저히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같은 배경으로 석물이 다양하게 발전하였으며 조선시대의 석조(石造) 미술을 대표하는 유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즉, 불교가 지배하던 고려시대에는 각 사찰에 석불, 석탑, 석등, 부도 등의 훌륭한 석조 조각품이 만들어졌다면, 유교가 지배하던 조선시대에는 그 이념에 따라 조상의 묘에 문인석, 무인석, 장명등, 망주석 등의 뛰어난 석물 조각품이 제작되었던 것이다.

문벌(門閥)이 높은 사대부 집안에서는 도성(都城)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경기 지역에 선산(先山)을 마련하고 대대로 세거(世居)하면서 지극 정성으로 조상의 묘를 가꾸기 위해 엄청난 물력을 동원해 각종 석물을 제작하였다. 그래서 경기도의 각 시군에는 지금도 조선시대에 조성된 수천 기의 분묘가 남아 있는 것이다. 경기도를 제외하곤 이같은 양질의 조선시대 분묘가 집중적으로 분포한 지역은 거의 없어 경기도는 ‘조선시대 분묘와 석물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의 각 시군 중에서도 특히 여주는 “들이 평평하고 산이 멀어(野平山遠)” 사람이 살기에 아주 적합해서 일찍부터 낙토(樂土)라고 칭송되어 왔으며, 여주를 관통하여 흐르는 여강(驪江)의 경치가 빼어나 시인(詩人) 묵객(墨客)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고을이다. 그리고 수로(水路)가 발달하여 육상 도로가 개설되기 전까지는 강원도나 충북으로 가는 중요한 교통로의 역할을 하였으며 주변 지역의 물산(物産)이 유통되면서 크게 발달하였다.

1779년(정조 3) 정조(正祖)가 능행차 여주에 들러 행궁(行宮)에 머물 때 청심루(淸心樓)에 나아가 신하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말하기를 “본주(本州, 여주)에는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하는 집안이 많이 있으므로 즐비하게 번화한 것이 서울과 다를 것이 없고 마을이 부성(富盛)하고 인물이 선명(鮮明)한 것이 마치 저자 가운데에서 보는 것과 같으니 서울로 통하는 큰 고을이라 할 만하다” 하였으니 당시 여주의 번화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왕을 수행하던 서유방(徐有防, 1741~1798)이 말하기를 “땅도 기름지므로 서울에서 벼슬사는 사람들이 이곳에 많은 전장(田庄)을 두고 수확하거니와 강을 따라 위아래에 볼 만한 누대(樓臺)도 있습니다” 하였다. 그의 말처럼 당시 여주는 교통의 편리함과 더불어 산세(山勢)가 매우 수려하고 명당(明堂)도 많아, 유력한 권문세족(權門勢族)들이 여러 곳에 선산을 마련하고 조상의 묘소를 모시면서 대대로 세거하여 왔다. 이같은 전통은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이번에 『여주군사』 편찬을 위해서 실시한 분묘유적 조사에서도, 명문 사대부가(士大夫家)의 분묘가 대량으로 발견되어 이 같은 여주의 위상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가문으로 여흥 민씨를 비롯하여 반남 박씨, 경주 김씨, 청주 한씨, 원주 원씨, 남양 홍씨, 안동 김씨, 창녕 조씨, 한산 이씨, 이천 서씨, 안동 권씨, 청주 경씨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 가문을 중심으로 조사된 분묘의 수량이 당초 예상과 달리 100여 기를 훨씬 넘어 조사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그리고 조사된 분묘는 모두 실을 수 없어 각 시기를 감안한 후 문화재 가치를 평가해서 선별 수록토록 하였다. 이번에 포함되지 못한 유적은 차후 별도의 조사를 통해서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1910년 이전에 조성된 분묘를 원칙으로 하였으나 그 이후에 조성된 것이라도 역사 속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의 분묘는 일부 포함시켰다. 또한 내용의 서술에 있어 방위 구분은 편의상 관찰자의 입장에서 구분한 것이며, 모든 석물의 계측 단위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센티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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