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의 비상 여주시 여주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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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

여주시내에 소재한 명승과 그것을 읊은 시의 작자를 골고루 안배하려 했다. 명승과 작자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원시(原詩)의 출전을 표시했다. 인명과 고사는 번역문을 통해 알 수 있도록 하여, 주석(註釋)은 최소화했다. 이현구(李賢求) 편저 『여강시축(驪江詩軸)』의 번역은 유려한 것이 많아 참고하였다.

「강월헌(江月軒)」

왼손으로 나르는 번개를 잡고,
左手捉飛電
오른손에 바늘귀 실을 꾀네.
右手能穿鐵
산구름은 고요한 정안(定眼)1)을 일어나게 하는데,
山雲生定眼
강 달은 선심(禪心)에 들어가게 하네.
江月入禪心
-西山大師, 「江月軒」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213쪽.

「강월헌에서(나옹(懶翁)이 거처하던 곳에 밤에 앉아 있음)」

나옹이 거처하던 곳에,
懶翁棲坐處
강기운이 누대로 올라오니 싸늘하네.
江氣上樓寒
날이 어둑해지자 두 개의 쌍회(雙檜)2)나무는 한결 뚜렷해지고,
暝來雙檜立
숨결을 내뿜는 구룡(九龍)3)이 서려 있네.
吹息九龍蟠
뱃사람은 도란도란 외로운 낚싯불 켜고,
船語生孤火
절 종소리 멀리 여울을 건너네.
僧鍾度遠灘
선문(禪門)에 공색(空色)4)의 뜻은,
禪宮空色意
흔히 공허한 동천(洞天)에서 볼 수 있네.
多在泬㵳看
-申光洙, 「江月軒(夜坐懶翁所住處)」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341쪽.

「강가 마을에서 자다」

강변을 방랑하여 스스로 형식를 잊고,
江邊放浪自忘形
날마다 노니는 갈매기와 친하려 물가로 가네.
日狎遊鷗傍渚汀
묵은 책은 다 흩어지고 악보만 남아 있으며,
散盡舊書留樂譜
쌓여 있는 것은 다경(茶經)5)뿐이라.
檢來餘畜有茶經
흔들리는 나그네 마음은 바람 앞에 깃으로 만든 일산(日傘) 같고,
搖搖旅思風前纛
떠도는 외로운 발자취 물 위의 부평초일세.
泛泛孤蹤水上萍
장안 옛 친구에게 부쳐 사례하노니,
寄謝長安旧知己
객중(客中)의 두 눈은 누구를 위하여 푸르렀든가.
客中雙眼爲誰靑
-李奎報, 「宿瀕江村舍」, 『東國李相國集』(韓國文集叢刊 1), 358쪽.

「고달사(高達寺)를 읊음」

삼십 년 전이 꿈만 같아,
三十年前似夢間
소년시절 친구는 반이나 황천객(黃泉客)이 되었네.
少年交契半黃泉
지금 고달(高達) 옛 정사(精舍)를 찾은 것은,
今來高達古精舍
원통(圓通) 대복전(大福田)6)이 있음 때문일세.
爲有圓通大福田
사면(四面)의 산이 절을 둘러싸고,
四面山屛圍紺宇
한 개의 비석이 푸른 하늘에 의지했네.
一條碑石倚靑天
웃으며 주고받는 말로 돌아갈 길을 잊으니,
笑談竟夕忘歸路
도리어 당시의 묘연(妙蓮)7)에 온 듯 하고나.
還似當時在妙蓮
-韓修, 「題高達寺」, 『東國李相國集』(韓國文集叢刊 5), 266~267쪽.

「고산(孤山)」

고산(孤山)은 고을 북쪽 삼십 리에 있어 높다랗게 평야(平野)의 강구비에 언덕을 안아 몹시 경치가 좋다. 전하는 말이 이존오(李存吾)가 살던 곳이라 한다.

고산(孤山)은 여강(驪江) 하류(下流)에 있는데, 물 가운데 외롭게 우뚝 솟아 있으며, 맑은 물결이 사방으로 둘러 마치 연꽃이 그 위에 빼어나게 솟아나 있는 것과 같다. 그 윗쪽으로 사면은 평평하고 넓어, 혹 높기도 하고 혹 낮기도 하여 대(臺)의 모양을 만들었고, 가운데 봉우리가 가장 높고, 그 위는 또 널직하기가 숫돌과 같아서 삼사십 명은 앉을 만하다. 사방으로 바라보면 먼 산이 둘러서 합하고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어 천 개 만 개로 셀 만하다. 큰 들은 아득하고 긴 강은 꼬불꼬불하여 혹 느리게 흐르고 혹은 급하게 흐르며, 구비진 포구에 흐르는 물은 그 모양이 천만 가지이다. 이 물이 서쪽으로 흘러가는데 몹시 푸르고 깨끗하여 바닥이 들여다보인다. 긴 물가는 앞에 가로놓였고 흰 모래에 더욱이 눈이 깔렸으니, 참으로 천하의 절승(絶勝)이다. 이호(梨湖)와의 거리가 겨우 6, 7리에서 범사정(凡槎亭)과 정히 마주 대하고 있어 마치 책상 앞에 앉은 사람과 같다. 전해오는 말에 장사(長沙) 이존오(李存吾)가 어렸을 때 강창시(江漲詩)를 지었는데, “큰 들이 모두 베풀어도, 고산(孤山)만은 홀로 항복지 않네(大野皆爲設 孤山獨不降).”했다는 것이 곧 이것이다. 산은 본래 강 가운데 외롭게 서 있기 때문에 이 이름을 얻었던 것인데 세상에서 ‘孤’를 ‘高’로 잘못 썼으니 가소로운 일이다. 선현(先賢)들의 일을 흠상(欽想)하여 매양 한번 올라가려 해도 오르지 못했다. 가정(嘉靖) 갑오(甲午)년 초여름 상사(上舍) 윤환(尹)이 산 위에 술을 놓고 나를 청해서 와서 구경하라 하므로, 나는 강상사(姜上事) 윤덕(潤德)을 잡아가지고 조그만 배를 타고 올라가다가 닻줄을 매고 오르니 이정자(李正字) 여(畬), 이봉사(李奉事) 필우(苾禹), 수재(秀才) 귀상(龜祥)도 역시 모여서 즐겁게 마시면서 몹시 취하여 열광하며 노래를 부르고 멋대로 춤추다가, 입으로 절구(絶句) 두어 수(首)를 지었다.
孤山在驪江河流, 水中孤峭特立, 淸波四環如芙蓉秀出, 其上四面而平廣, 或高或低, 皆作臺形, 中峰最高, 而上又寬平如砥, 可坐三四十人. 四望遙山環合, 峯巒羅列, 以千萬數. 大野緲茫, 長江逶迤, 或慢流或湍急, 曲浦岐沱能狀千萬. 西流而去, 綠淨徹底. 長洲橫前, 白沙如雪鋪, 眞天下絶勝也. 距梨湖僅六七里, 與凡槎亭, 正相對如几案人. 傳云, 李長沙存吾, 幼時, 作江漲詩所云, 大野皆爲設, 孤山獨不降者, 卽此也. 山本孤立江中, 故得名, 而世誤, 以孤爲高, 可笑. 欽想先賢, 每欲一登而不得. 嘉請甲午初夏, 尹上舍瓘, 置酒山上, 邀余來賞, 余拉姜上舍潤德, 挽小艇而上, 擊纜而登, 則李正字畬, 李奉事苾, 禹秀才龜祥亦會, 歡飮甚醉, 狂歌從舞, 因口號數絶.
스스로 이 천지가 있으니,
自有玆天地
응당 이 산이 있는 것을 알아야 하네.
應知有此山
영특한 이름이 산과 함께 오래이니,
英名山共久
천년 동안에 멀어서 더듬기 어려우네.
千載邈難攀
고산(孤山)이 물을 껴안고 푸른 하늘에 꽂혔는데,
孤山抱水揷靑冥
만고의 티끌 발자취 폐해진 성이 있네.
萬古塵蹤有廢城
사람은 강과 함께 같이 다 흘러갔지만,
人與江同流去盡
산은 어질고 통달하여 홀로 이름을 남겼네
山因賢達獨留名
(산에 폐허가 된 오래된 성이 있다).
(山有廢古城)
술 취한 눈 희미하여 해가 이미 기울었는데,
辭眼蒼茫日已傾
천 개의 산이 하나의 강을 가로 둘러쌓았네.
千山環擁一江橫
긴 노래가 여러 사람들의 춤과 같이하니,
長歌挽共諸君舞
천지는 무궁한데 흰 터럭만 밝으네.
天地無窮白髮明
-李存吾, 「孤山」, 『慕齋集』(韓國文集叢刊 20), 19~20쪽.

「고산(孤山)」

이 천지가 있을 때로부터,
自有玆天地
응당 이 산이 있는 것 알았으리.
應知有此山
영특한 이름이 산과 함께 오래 되었으나,
英名山共久
천년 동안에 아득해 더듬기 어려웠네.
千載邈難攀
-李存吾, 「孤山」, 『石灘集』(韓國文集叢刊 6), 283쪽.

「동대(東臺)」

동대에 달이 뜨자 정범조(丁範祖)와 마주 대해 앉았는데,
東臺月出對丁生
눈 내린 뒤 빈 강이 새삼 밝고나.
雪後空江更覺明
정히 생각노니 지난해 오늘밤 나그네가,
正憶去年今夜客
황혼에 홀로 해주성(海州城)에 올랐었노라.
黃昏獨上海州城

그 두 번째

밝은 달밤 빈 강가 눈 내린 뒤 동대에 오르니,
明月空江雪後臺
정월 보름에 맑고 맑은 수정궁 열렸으라.
水晶宮殿上元開
삼경의 흰 탑엔 찬 기운이 서리고,
寒多白塔三更出
두 언덕 푸른 산은 해말갛게 개었구나.
霽盡靑山兩岸來
다른 세대에 문장은 도리어 적막한데,
異代文章還寂寞
몇 사람이나 이 땅에 머뭇거려 놀았던고.
幾人天地此徘徊
언제 복사꽃 물에 노저으며,
何當鼓枻桃花水
그대와 함께 낚싯대 잡고 앉으리.
與爾垂竿名上苔
-申光洙, 「東臺」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334~345쪽.

「마암(馬巖)」

바위를 마암이라 이름을 삼았으니,
巖以馬爲名
기이하고 기이하며 괴상하고 괴상하네.
奇奇而怪怪
뛰어오르는 모양이 절로 힘차고 날쌔 보이며,
騰驤自贔屭
견고하여 또한 무너지지 않네.
堅固亦不壞
해신(海神)은 이미 넋이 두근거리고,
海若已悸魄
놀란 파도가 여기서 부서지네.
驚濤此崩殺
내가 채찍을 다리로 만들어,
我欲鞭作橋
지주의 빚을 잊을까 하네.
可忘砥柱債
종당에 단련하고 보수하는 것을 크게 하여,
終當鍊補大
높은 이름이 강의 절개를 올곧게 했네.
高名擅江介
-徐居正, 「馬巖」, 『東國輿地勝覽』.

「마암(馬巖)」

높이 솟은 마암석이,
穹窿馬巖石
서려 있어 또한 기괴하구나.
盤礡亦奇怪
강 흐름은 그 뿌리를 씹는데도,
江流齡其根
만고에 견고하여 무너지지 않네.
萬古堅不壞
노한 물결은 바야흐로 출렁거리다가,
怒濤方蕩潏
여기서 나뉘어 수세(水勢) 점점 쇠하네.
分此勢漸殺
외로운 성이 이 바위에 힘입어서 안전하니,
孤城賴以完
공을 논할진대 빚을 갚기 어렵네.
論功難償債
남은 하나의 무지한 돌로 보나,
人看一頑石
나는 유독 절개를 취하네.
吾獨取其介
-崔淑精, 「馬巖」, 『東國輿地勝覽』.

「새벽에 목고점(木苽店)8)을 출발하며」

새벽닭 산 밑 주막에서 우는데,
鷄聲山下店
한쌍 횃불이 말 앞에 흐르네.
雙炬馬前流
눈빛에 비쳐 은하수는 차갑고,
照雪星河冷
바람에 우는 나무들은 그윽하네.
嗚風樹木幽
나의 행로 섣달 그믐인데,
吾行及除夕
저녁 무렵 여주에 닿았네.
今日到驪州
겨울달 잦은 행역(行役)에,
冬月頻繁役
사람의 머리가 모조리 시네.
人生白盡頭
-申光洙, 「曉發木苽店」, 『石北集』(韓國文集叢刊 231), 289쪽.

「보은사에서 척약재 김구용의 운을 화답함」

무성한 나무가 우거진 곳에,
萬木縈回處
쇠잔한 냇물은 돌다리로 흐르네.
殘溪瀉石矼
불상은 금빛이 땅에 비취고,
金身光照地
벽탑은 그림자가 강물을 흔드네.
甓塔影搖江
맑은 지경은 원래가 드문데,
淸境從來少
나그네 마음이 이곳에 이르러 닿았도다.
羈心到此降
스님을 만나니 부지런히 나를 만류하여,
逢僧勤挽我
삼베옷 잡고 창에 기대 이야기하누나.
擁褐話藤窓

그 두 번째

천년 묵은 고목이 있는 땅,
古木千年地
현문과 벽수가 곁에 있네.
玄門碧水傍
옥등은 불전을 밝히는데,
玉燈明佛殿
솔방울 선당에 떨어지네.
松子落禪堂
탑은 기운 듯 기다란 벽을 의지했고,
塔仄憑長璧
비석은 쓰러질 듯 낮은 담에 보호되네.
碑頹護短墻
봉래산(蓬萊山)에 오르는 것같이,
如登蓬島上
진세(塵世)는 참으로 망망하도다.
塵世正茫茫
-丁壽崗,「報恩寺次惕若齋金九容韻」, 『月軒集』(韓國文集叢刊 16), 207쪽.

「빙정사(氷靖寺)에 놀면서 거주하는 노인(住老)에게 보이다」

한 식경 번화는 이미 헛된 꿈이라,
一餉繁華夢已空
고향에 돌아와 고인과 어울리네.
故鄕還與故人同
안개 낀 봉우리는 그린 눈썹처럼 멀리 푸르고,
烟巒遠似粧眉綠
서리 맞은 잎은 술 취한 얼굴보다 붉구나.
霜葉濃於醉臉紅
지난날에 열광적으로 금곡기(金谷妓)9)를 끌었는데,
往日狂携金谷妓
오늘에 비로소 설산동자(雪山童子)에게 예(禮)10)를 하네.
今朝始禮雪山童
도잠의 습기(習氣)가 아직도 전과 같아,
陶潛習氣猶依舊
눈썹 찡그리고 원공(遠公)을 대할까 두렵구나11).
尙恐攢眉對遠公
-李奎報, 「遊氷靖寺示住老」, 『東國李相國集』(韓國文集叢刊 1), 358쪽.

「석촌주점(石村酒席)에서 읊음」

강가 바람결에 비치는 햇빛 아직 따갑지 않은데,
江干風日未全暄
골짜기에 들어오니 짙은 꽃이 눈에 가득히 번거롭네.
入峽濃花滿目繁
바다 안에는 이제 우리들뿐이요,
海內卽今惟我輩
봄놀이는 여기에서 또 술잔과 술독일세.
春遊於此且杯樽
시내는 묵은 비를 머금어 새 물가에 생겨나고,
溪含宿雨生新渚
새는 가벼운 구름을 치고는 딴 마을을 지나네.
鳥拖輕陰過別村
영지(靈芝)에 돌아갈 계획 늦은 것 깨닫겠는데,
轉覺靈芝歸計晩
왕대나무 남은 소리에 다시 넋이 녹아내리네.
篔簹餘響更鎖魂
-曺夏望, 「石村酒席口號」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336쪽.

「성휴산재(聖休12)山齋)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다」

눈 내린 뒤 남여(籃輿)가 고을 성으로 들어가는데,
雪後藍輿入郡城
외딴 마을 하나의 길 고갯마루에 나있네.
孤村一逕嶺頭生
주인은 아침에 나가 사립문만 적적히 닫혔고,
主人朝出柴門去
차거운 해설피에 다듬이 소리 들리네.
近夕寒山砧旿聲
-申光洙, 「訪聖休山齋不遇」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333쪽.

「수촌(睡村)에서 흥이 넘쳐 읊음」

여강(驪江)의 정자는 모두 강물 흐르는 곳에 임했는데,
驪江亭觀摠臨流
홀로 숲에 사는 것을 사랑하여 땅 그윽한 곳을 골랐네.
獨愛林居占地幽
산에 내리는 비는 관로(官路)에 가까운 것을 싫어하고,
山雨似嫌官路近
끊어진 다리에 새로 물이 불어 도랑이 희게 뒤집히네.
斷橋新漲白飜溝
골짜기 물이 콸콸 빗물 보태져 흐르는데,
谷水淙淙得雨流
뜰을 둘러싸고 하루 종일 맑고 그윽한 것을 돕네.
繞階終日助淸幽
산 늙은이가 졸음에서 깨고 나자 남은 일이 없는데,
山翁睡罷無餘事
돌을 옮겨 은근히 조그만 도랑을 끌어대네.
移石慇懃導小溝
푸른 들 십리에 안개 빛이 깨끗한데,
靑郊十里淨烟光
비 개인 뒤의 강 하늘이 눈끝 간 데까지 길게 이어지네.
霽後江天極目長
먼 메뿌리 천 겹을 모두 셀 수 있는데,
遠峀千重皆可數
곱슬곱슬한 머리 얼굴에 석양빛 비치네.
螺鬟面面得斜陽
-李畬, 「睡村漫興」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390쪽.

「신륵사(神勒寺)」

내 와서 이 좋은 강산을 사랑하여,
我來愛此好江山
종일토록 배를 타고 또 난간에 의지하네.
終日乘舟又倚欄
물 밑에는 찬란하게 절이 열렸는데,
水底森羅開佛刹
숲속에는 은은히 선단(仙壇)이 보이네.
林間隱約見仙壇
마음을 가리키는 돈교(頓敎)13)는 멀리 혜가(惠可)14)에게서 전했고,
指心頓敎遙傳慧
일을 기록하는 웅장한 문장은 한퇴지(韓退之)와 너무 흡사하네.
載事雄文酷似韓
진중한 늙은 중은 부지런히 글 지은 종이를 주는데,
珍重老禪勤授簡
글을 지어 남겨두면 뒷사람이 볼까 부끄럽네.
留題還愧後人看
-權近, 「神勒寺」, 『東國輿地勝覽』.

「신륵사(神勒寺)」

참나무 돛대는 갈대 여울을 돌고,
柞棹回蘆瀨
소나무 배를 돌다리에 매었구나.
松舟繫石矼
맑은 바람은 오래된 나무에 불고,
淸風吹老樹
밝은 달은 긴 강에 찼네.
明月滿長江
설법하니 용도 응당 들을 것이요,
說法龍應聽
참선하니 호랑이도 스스로 엎드리네.
參禪虎自降
오가며 그윽한 흥이 있으니,
往來幽興熟
이끼 길이 봉창에 접해있네.
苔徑接蓬窓
-金九容, 「神勒寺」, 『東國輿地勝覽』.

「신륵사(神勒寺)」

먼 산은 긴 강 밖에 있고,
遠岫長江外
드믈게 난 소나무는 푸른 돌 곁에 있네.
疎松翠石傍
절은 복된 땅에 열렸고,
招提開福地
보제(普濟)15)는 진당(眞堂)이 열렸네.
普濟敬眞堂
현령은 자주 허리에 홀(笏)을 꽂고 예배하는데,
縣令頻腰笏
산 중(僧)은 홀로 벽을 향해 앉아 있네.16)
山僧獨面墻
어떻게 들배를 불러서,
何當尋野艇
맑은 휘파람으로 넓고 아득한 물에 띄울까?
淸嘯倚滄茫
-李穡, 「神勒寺」, 『東國輿地勝覽』.

「신륵사(神勒寺)」

벽절 종소리 한밤에 울리니,
甓寺鍾聲半夜鳴
광릉(廣陵)에서 돌아오는 손의 꿈이 처음 깨였네.
廣陵歸客夢初驚
만일 장계(張繼)로 하여금 일찍이 여기를 지나게 하였다면,
若敎張繼曾過此
한산(寒山)17)만이 홀로 명성을 얻게 되지는 않았으리.
未必寒山獨擅名
-崔修, 「神勒寺」, 『東國輿地勝覽』.

「신륵사(神勒寺)에 이르러 전(前) 광암장로(光巖長老) 고암(杲菴)을 만나봄」

십년 광암(光巖)의 주석(主席) 사람이,
十載光巖主席人
여흥(驪興) 강 위에서 올봄을 지내네.
驪興江上過今春
서로 만나서 슬프고 기쁜 것은 말하지 말라,
相逢悲憙不須說
나도 또한 현릉(玄陵)의 시종(侍從)하던 신하일세.
我亦玄陵侍從臣
-韓修, 「到神勒寺見前光巖長老杲菴」, 『柳巷詩集』(韓國文集叢刊 5), 266쪽.

「신륵사(神勒寺) 각장로(覺長老)로 시축(詩軸)의 운에 차운함」

신륵사(神勒寺) 전조(前朝)의 절에,
神勒前朝寺
고승(高僧) 보제(寶濟)가 살고 있었네.
高僧普濟居
안개와 구름은 해 저문 돛대에 떨어지고,
烟雲暮帆落
물과 달은 밤 창에 비어 있네.
水月夜窓虛
명리(名利)에 몸이 오히려 얽매이고,
名利身猶縛
산림(山林)에 발자취가 성긴 것 같네.
山林迹若疎
외로운 회포가 물거품에 느껴지니,
孤懷感泡洙
만 가지 일을 글 읽는 데 부치네.
萬事付澆書
-盧守愼, 「韻神勒寺覺長老軸中次韻」, 『蘇齋集』(韓國文集叢刊 35), 256쪽.

한상당(韓上黨)18)이 신륵(神勒)의 비를 씀」

유항(柳巷 : 韓修)이 큰 글씨로 신륵비(神勒碑)를 쓰니,
柳巷大書神勒碑
임금의 마음이 바야흐로 문왕(文王)의 스승보다 중하게 여기네.
聖心方重文王師
물결에 비친 밝은 달은 중의 앞에 지나가고,
映波明月僧前轉
길가의 푸른 산은 말 위서 옮겨지네.
傍路靑山馬上移
술을 대하고 시를 읊으면 응당 즐거움이 심하고,
對酒吟詩應樂甚
조상(祖上)을 공경하고 고향을 그리워 하니 돌아가기 더뎌지려 하네.
慕桑敬梓欲歸遲
누가 알리 목은(牧隱)이 편벽되이 병이 많아서,
誰知牧隱偏多病
부질없이 중의 창문을 향하여 생각하는 바가 있는 것을.
漫向禪窓有所思
-李穡, 「韓上黨書神勒碑」, 『牧隱集』(韓國文集叢刊 2), 186쪽.

「벽사(甓寺)」

벽사(甓寺) 동대(東臺)를 오래 전부터 이미 들었는데,
甓寺東臺久已聞
대(臺) 안에 하룻밤 자니 사람의 기운 끊어졌네.
臺中一宿絶人氣
여주(驪州) 성 밖에 종소리 그치고,
驪州郭外鍾聲盡
연자탄(燕子灘) 앞에 나무빛 나누네.
燕子灘前樹色分
늦은 밤에 올라오는 것은 누대 모서리의 달이요,
殘夜上來樓角月
사시절 퉁겨 나오는 것은 절 문의 구름일세.
四時飄出寺門雲
나옹(懶翁) 천년에 참다운 자취 남겼는데,
懶翁千載留眞跡
영전(影殿)의 맑은 향이 나그네 방을 지나가네.
影殿淸香過客焚
-李秉淵, 「甓寺」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255쪽.

「벽사(甓寺)에서 놀다」

뒤늦게 여강의 손이 되어,
晩作驪興客
먼저 신륵사에 올라 노네.
先爲神勒寺遊
땅은 신마굴(神馬窟)19)을 열고,
地開神馬窟
강은 나옹(懶翁)20)의 누각을 움직이네.
江動懶翁樓
만고에 달빛 황홀함을 사랑하여,
萬古憐多月
해가 다하도록 배에 있고 싶네.
終年欲在舟
능의 벼슬아치가 겨우 일이 없어,
陵官行無事
낚시를 드리고 창주(滄洲)에 노니네.
垂釣弄滄洲
-申光洙, 「遊甓寺」, 『石北集』(韓國文集叢刊 231), 288쪽.

「돌아오는 길에 벽사(甓寺)를 가려 했으나 날이 너무 더워 못 갔다」

절 아래 긴 강이요, 강 위에 산인데,
寺下長江江上山
인간은 갈 길이 없고 물만 아득하네.
人間無路水漫漫
초사흗날 오래된 나무가 가을 그늘을 끌고,
三朝老樹秋陰引
오월하늘 바람에 부처의 뼈가 차갑네.
五月天風佛骨寒
날렵한 누각엔 발을 걷어 놓으니 그림 속에 있고,
飛閣捲簷圖畵裏
개인 창가에 울리는 풍경(風磬)소리는 비갠 꽃 사이로 퍼지네.
晴窓鳴磬兩花間
찌는 더위 때문에 동쪽으로 돌아가는 흥치를 억지로 중단하고,
蒸炎挽斷東歸興
슬프게 구름가의 푸른 몇 개 머리털을 바라보네.
悵望雲邊碧數鬟
-李恒福, 「歸途將訪甓寺天熱不果行」, 『白沙集』(韓國文集叢刊 62), 155쪽.

「왕산탄(王山灘)에서 공경하여 우암선생(尤庵先生)이 조복형 근(趙復亨 根)에게 준 글을 차운(次韻)함」

기개가 있는 노중련(魯仲連)은,
倜黨魯連子
진(秦)나라가 부끄러워 바다 동쪽으로 건너갔네.
恥秦蹈海東
예와 지금에 굽어보고 우러러보는 속에,
古今俛仰裏
천지에 가는 길이 궁하네.
天地道途窮
요만한 기운은 아직도 검다고 하고,
妖氣云猶黑
향기로운 비단은 옛날 붉던 것 슬퍼하네.
香羅泣舊紅
영릉(寧陵)의 나무 이미 아름드리 되었으니,
寧陵木已拱
어느 곳에 ‘비풍(匪風)’과 ‘하천(下泉)’21)을 읊을까?
何處詠泉風
-李箕洪, 「王山灘敬次尤菴先生贈趙復亨根」, 『直齋集』(韓國文集叢刊 144), 292쪽.

「여강(驪江)」

이름이란 고삐를 벗어버리고 말 한 필로 돌아오니,
擺脫名韁匹馬廻
하얀 갈매기는 서로 보고 서로 시기하지 말라.
白鷗相見莫相猜
이번 길이 순채나 날고기를 먹을 계획 위한 것 아니오,
此行不爲蓴鱸計
다만 여강(驪江)의 눈과 달을 보려는 것일세.
要趁驪江雪月來
-金善餘, 「驪江」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231쪽.

「여강(驪江)」

큰 강이 동쪽 산골짜기에서 흘러나와,
大江東出峽
천 리를 가는 동안 일찍이 쉬지 않았네.
千里不曾休
굽고 꺾기어 층층진 여울을 지나고,
屈折經層瀨
평평히 퍼져 조용히 흘러가네.
平鋪放穩流
바람에 돛대는 바다에 연해서 멀고,
風帆連海遠
안개와 물은 하늘과 함께 떠 있네.
烟水與天浮
드디어 황려(黃驪)의 좋은 경치 있어,
遂有黃驪勝
높은 다락에 올라가 노네.
高樓據上游
-洪良浩, 「驪江」, 『耳溪集』(韓國文集叢刊 241), 43쪽.

「여강(驪江) 승산(勝山)에 감회가 있음」

깨끗한 푸른 산에 들불이 침입하여,
蕭洒靑山野火侵
소나무와 삼나무가 다 없어지니 다시 마음 상하네.
松衫鎖盡更傷心
옛날에 철쭉꽃 피던 곳이,
昔年躑躅花開處
빽빽이 도리어 잡목 숲이 되었네.
蓊鬱飜成雜樹林
-金九容, 「驪江勝山有感」, 『惕若齋學吟集』(韓國文集叢刊 6), 38쪽.

「여강(驪江) 배안에서 밤을 지내며」

강 위에 가을 물결 출렁이니,
江漢秋濤盛
외로운 배가 냇물에 뜬 것 같네.
孤槎似泛河
달이 높이 뜨니 돛대 그림자가 곧게 보이고,
月高檣影直
모래밭이 넓으니 이슬 빛나는 것 많으네.
沙濶露華多
언덕 건너 연기와 불을 바라보고,
隔岸望煙火
배를 이웃하여 웃음과 노래를 듣네.
隣船聽笑歌
물 속에 잠겨 있는 물고기 또한 잠자지 않고,
潛魚亦不睡
배 밑에서 가만히 물결을 불어대네.
舷底暗吹波

그 두 번째

저녁 기운이 긴 포구에 잠겨,
夕氣沈長浦
어둡고 어둡게 먼 연기 일어나네.
冥冥起遠煙
노를 울리면서 강 뗏목으로 내려가고,
鳴橈下江筏
닻줄을 잡고 여울배로 올라가네.
引纜上灘船
물건 하역작업 어찌 일찍이 쉬랴,
物役何曾息
수고로운 노래 모두 아득하네.
勞歌兩渺然
밤에 자는데 물결은 고요하나,
夜眠波浪靜
어찌 타루(柁樓) 가장자리와 같으랴.
不似柁樓邊
-金昌協, 「上驪江舟中夜宿二首」, 『農巖集』(韓國文集叢刊 161), 316쪽.

「여부(驪府)로 가려고 배를 당겨 신륵사(神勒寺)쪽으로 올라가다」

신륵사(神勒寺)는 어느 시대의 절인가?
神勒何年寺
구름과 물 사이에 우뚝하네.
巋然雲水間
종소리는 먼 담에 높이 휘날리고,
鍾聲飄遠郭
탑 그림자는 깊은 물굽이에 비치네.
塔影到深灣
갈매기는 잔잔한 물결에 목욕하고,
鷺浴滄波穩
중은 한낮에 한가롭게 졸고 있네.
僧眠白日閒
흘러가는 물 가운데 무한히 마음 쏠려,
中流無限意
돛대 멈추고 돌아갈 줄 모르네.
停棹不知還
-洪良浩, 「向驪府拏舟上神勒寺」, 『耳溪集』(韓國文集叢刊 241), 43쪽.

「여강(驪江)에서 곧바로 읊음」

관교(官橋)의 버드나무 푸르게 축 늘어졌는데,
官橋楊柳綠毿毿
비 뒤의 푸른 산이 반쯤 아지랑이를 띠었네.
雨後靑山半帶嵐
날개를 미역감는 갈매기는 둘씩 둘씩 떠 있고,
浴羽沙禽浮兩兩
그물을 말리는 어부들 서넛씩 앉아 있네.
曬罾漁子坐三三
그림 그린 피리 가까이 들리니 강에 임한 고을이요,
畵笳近聽臨江郡
맑은 경쇠소리 멀리 전하니 물 건너에 있는 암자일세.
淸磬遙傳隔水菴
해 저물어 아이들이 술을 사가지고 가는데,
薄暮兒童沽酒去
조각배 한 잎이 마을 남쪽에 매어 있네.
扁舟一葉繫村南
-權尙夏, 「驪江卽事」, 『寒水齋集』(韓國文集叢刊 150), 32쪽.

「여주팔영(驪州八詠)」

강에 나리는 비 잠깐 개니,
江雨乍暗霽
강물이 갑자기 가득하네.
江水忽已滿
바람이 돌매 아름다운 물결 길게 퍼지고,
風回瑴紋長
햇빛 나니 고기 바늘이 흩어지네.
日出魚鱗散
세상의 누를 비록 씻지 못하나,
世累雖未湔
티끌 묻은 갓끈을 애오라지 씻을 만하네.
塵纓聊可澣
흰 갈매기는 본래 일이 없어,
白鷗本無事
떼지어 날며 맑고 따뜻함을 희롱하네.
群飛戱淸暖
어찌 구속을 벗어나고,
何當謝拘束
호탕(浩湯)하게 너와 짝하리.
浩湯爲爾伴
-崔淑精, 「驪州八詠」, 『東國輿地勝覽』.

「여흥객사(驪興客舍)에 차운함」

장차 이 경치 붓 끝에 담으려면,
如將此景入毫端
글은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廷堅)이요, 글씨는 안진경이라야 하겠네.
文要蘇黃字要顔
정녕 백성의 부역을 근심하는데,
政爲居民愁賦役
어찌 길손과 편안히 강산을 감상하랴?
寧容過客賞江山
하얀 물결 푸른 산은 여염 속이요,
白波靑嶂閭閻裏
적안(赤岸) 은하(銀河)는 백중(伯仲) 사이라.
赤岸銀河伯仲間
누각에 하룻밤 자고감이 만족하지 못하니,
一宿樓中猶未足
조각배 타고 뒷날 오랫동안 한가로이 지낼 수 있도록 힘쓰리.
扁舟他日辦長閑
-李穀, 「驪興客舍次韻」, 『稼亭集』(韓國文集叢刊 3), 207쪽.

「여흥객관(驪興客舘)에 제함」

물가 화려한 누각이 구름 끝에 가까운데,
水邊華閣襯雲端
창을 집고 올라오니 잠시 얼굴이 퍼지네.
杖銊登臨暫破顔
강이 넓으니 천리 밖의 달빛 전해오기 쉽고,
江濶易傳千里月
누대가 높으니 만 겹의 산이 막히지 않네.
樓高不礙萬重山
용문산(龍門山)의 늦푸르름이 가을 바람 밖에 있고,
龍門晩翠秋雲外
벽사(甓寺)의 새벽 종소리 저녁 아지랑이 사이로 퍼지네.
甓寺晨鍾暮靄間
책상에 가득한 문서에 일 끝날 날이 없더니,
滿案簿書無了日
이곳에 와서 노니 맑고 한가한 것을 차지하네.
來遊此地占淸閑
-姜希孟, 「題驪興客館」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395쪽.

「우만(牛灣)에서 벽사(甓寺)로 행함」

강이 황려(黃驪)에 이르니 넓어지고,
江到黃驪大
하늘이 흰 물과 연하여 평평하네.
天連白水平
마암(馬巖)의 봄풀 색색하고,
馬巖春草色
신륵사(神勒寺)의 저녁 종소리 들리네.
神勒暮鍾聲
닻줄 매고 중이 서로 물으며,
繫纜僧相問
뱃전 울려도 물고기는 놀라지 않네.
鳴榔魚不警
동대(東臺)에서 한번 술잔 잡으니,
東臺一把酒
눈에 가득히 백 가지 꽃이 밝으네.
滿眼百花明
-洪良浩, 「自牛灣向甓寺」, 『耳溪集』(韓國文集叢刊 241), 43쪽.

「능을 배알함」

현무(玄武)22)에 여강이 흐르고,
玄武驪江勢
구진(鉤陳)으로 상석(象石)이 아롱지네.
鉤陳象石斑
의관(衣冠)은 옛 전각(殿閣) 모습인데,
衣冠如舊殿
성두(星斗)가 빈산에 가득하구나.
星斗滿空山
중국엔 오랑캐[胡]가 아직도 존재하거늘,
赤縣胡猶在
창오(蒼梧)23)에 납신 수레는 영영 돌아오실 길 없네.
蒼梧駕不還
지금도 애처로운 조서(詔書)24)가,
至今哀痛詔
백성들 사이에 눈물지게 하네.
流落涕人間
-申光洙, 「謁陵」, 『石北集』(韓國文集叢刊 231), 287쪽.

「추석(秋夕)에 옛 고향을 떠나 영릉(英陵)을 지나며 느낌」

한 번 곡하고 어찌 고향산 모퉁이를 작별하는가?
一哭那別故山隅
수심스런 구름 쓸쓸하고 큰 강이 차갑네.
愁雲慘惔大江寒
가을 바람이 또 영릉(英陵) 밑을 떠나니,
秋風又過英陵下
소나무 잣나무는 쓸쓸하고 해는 넘어가려 하네.
松柏蕭蕭日欲殘
-洪命夏 ; 「秋夕別故山過英陵有感」, 李賢求 편저,『驪江詩軸』, 178쪽.

「이포나루〔梨浦津〕」

석양의 산은 천층(千層)으로 붉은데,
晩岫千層紫
가을 강은 한 띠인 듯 푸르구나.
秋江一帶靑
출세하고 숨는 것은 짧은 나무토막을 따르고,
行藏隨短梗
신세는 부평초에 부쳤네.
身世寄浮萍
허술한 촌 백성의 가게요,
搖落村民店
쓸쓸한 역리(驛吏)의 정자로세.
蕭條馹吏亭
멀리 바람에 날려 오는 소리는 어느 곳에서 부는 피리인가?
悠颺何處笛
슬프고 원망스러워 차마 들을 수가 없구나.
哀怨不堪聽
-崔淑精, 「梨浦津」, 『東國輿地勝覽』.

「이호(梨湖)에서 잠을 자며」

이포(梨浦)에서 하루 자는 데를 빌렸으니 이 누구의 집인가,
借眠梨浦是誰家
흰 돌이 울통불퉁하다가 우뚝 솟아 물가를 이루었네.
白石盤陀矗作涯
새벽 빛이 열리려는데 외로운 배가 떠나고,
曙色欲開孤棹發
구름 모습이 처음 흩어지니 먼 산이 많이 보이네.
雲客初散遠山多
끝없이 나그네 베개 맡에 들려오는 빗소리는,
無端旅枕三更雨
강 가운데에 몇 자의 물결을 더하고 물리치게 하는가?
添却江心幾尺波
다시 여호(驪湖)를 향해 옛 집을 찾으니,
更向驪湖尋舊業
예와 이제의 사람의 일이 한결같이 슬프기만 하네.
古今人事一咨嗟

그 두 번째

천령(川寧)과 신륵(神勒)은 모두 명승(名勝)인데,
川寧神勒皆名勝
목은(牧隱)의 시 속에서 익히 보아왔네.
牧隱詩中慣見之
쇠잔한 손자가 세상 어지러운 것 만날 줄 누가 알았으랴.
誰料殘孫逢世亂
우연히 장사하는 나그네를 따라 강가를 지나네.
偶隨賈客過江湄
구름과 산이 바뀌지 않고 천 년을 같이했고,
雲山不改同千載
흥하고 망하는 것이 서로 찾아서 각각 한때일세.
興廢相尋各一時
나를 위해서 그 누가 옛 자취를 찾을건가?
爲我何人訪古迹
생각건대 응당 넝쿨진 풀에 남은 무덤 터가 있으리.
想應蔓草有遺墓
-李袤, 「宿梨湖 二首」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196쪽.

「입암(笠巖)」

입암(笠巖) 못 위의 달은,
笠巖潭上月
응당 사군(使君)의 술잔에도 비치네.
應照使君杯
단풍은 붉고 갈대는 또 희니,
楓丹蘆又白
산옹(散翁) 돌아오기를 재촉하네.
催澳散翁回
-金安國, 「笠巖」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226쪽.

「입암(笠巖)」

비가 개이니 봄 나그네 아름다운데,
雨歇春客媚
가벼운 배에 늦은 정(情)이 출렁이네.
輕舟漾晩情
어지러운 꽃은 붉게 다 젖었고,
亂花紅盡濕
많은 메뿌리는 푸른 빛을 다투어 나타내네.
群峀翠爭呈
땅이 궁벽하니 강은 더욱 깨끗하고,
地僻江逾淨
바람이 걷히니 물결이 다시 평탄하네.
風收浪更平
신선의 배를 어떻게 하면 띄울 수 있을까,
仙槎如可泛
내가 봉래산(蓬萊山)과 영주(瀛洲)를 찾고자 하는데.
吾欲訪蓬瀛
-李廷龜, 「笠巖」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226~227쪽.

「입암(笠巖)에 대해 읊음」

남쪽 고을 경치 좋은 곳에,
南州形勝地
산과 물이 가장 기이하고 장엄하네.
山水最奇壯
맞이하여 놀면서 아름다운 경지 토론하니,
邀遊討佳境
반 세월에 낭만(浪漫)을 누리네.
半歲恣漫浪
바람과 띠끌 속 말 위의 나그네가,
風塵馬上客
동쪽으로 갔다가 또 서쪽으로 향하네.
東去又西向
일찍이 들으니 학성(鶴城) 북쪽에,
曾聞鶴城北
지나는 곳마다 모두 푸른 산이라네.
所歷皆靑嶂
서 있는 돌이 물 가운데 일어나서,
立石水中起
높이 솟아 그 모양 알기 어려우네.
突凡難究狀
때로 놀아서 맑고 한가로움 맛보니,
時遊趁淸閒
거의 그윽한 회포가 화창해지네.
庶可幽懷暢
물을 거슬러 아름다운 손을 싣고,
朔流載佳賓
목난(木蘭) 배가 서로 물결을 헤치네.
蘭奬相蕩漾
관동(關東)에는 총석(叢石)이 기이한데,
東關叢石奇
여기와 비교하면 어느 것이 낮고 높겠는가?
與此誰低仰
조물주(造物主)가 장난을 자랑하는 것을 감당하며,
堪誇造物戱
일일이 마음껏 청아한 경치를 구경하네.
一一飽淸賞
그 가운데 끝없는 정취는,
箇中無盡趣
말하자면 참으로 어리석고 망녕스러우네.
欲卞眞癡妄
-朴光佑, 「題笠巖」 ; 李賢求 편저,『驪江詩軸』, 193쪽.

「자포가는 도중(紫浦途中)」

돌아가는 길은 겨우 두어 리(里)인데,
歸程纔數里
보리밭 두둑에 갑자기 바람이 없네.
麥隴忽無風
푸른 풀은 어두운 구름가에 있고,
碧草昏雲際
황색 매화는 가랑비 속에 피었네.
黃梅細雨中
내 소는 가기를 몹시 빨리 하는데,
我牛行甚駛
그대의 말은 걷기를 어찌 잘하는가.
君馬步何工
나루의 관리가 친절하게 맞고 보내는데,
津吏吏迎送
모래언덕엔 이미 배를 대놓고 있네.
沙頭已艤篷
-金祖淳, 「紫浦途中」, 『楓皐集』(韓國文集叢刊 289), 86쪽.

「황려(黃驪)의 정천사(井泉寺)에 있는 의사(誼師)의 야경루(野景樓)에 題함」

우리 스님 물욕에는 청렴하지만,
吾師於物取之廉
유독 시내와 산을 탐내기는 꺼리지 않네.
獨向溪山不忌貪
한 누대 뛰어나게 높이 솟았는데,
幼出一樓高突兀
(스님이 처음 이 누대를 지었다.)
(師始作此樓)
모든 경치 몰려와 모두 포함했네.
軀來萬景摠包含
가랑비 속에 밭갈이하는 시골 정경이 즐겁고,
耕犁細雨村情樂
나무꾼 젓대소리 저문날 들 흥취 무르익게 하네.
樵笛殘陽野興酣
아침 저녁 새소리는 문 밖 나무에서 들리고,
朝暮鳥聲門外樹
고금에 사람의 그림자가 길가에 못가에 잠겼네.
古今人影路傍潭
구름 걸린 하늘에 돌아가는 기러기 앞섰다 뒤졌다 날고,
貼雲歸鴈工先後
흐르는 물에 뜬 갈매기 두세 마리 한가하고나.
出水浮鷗忽兩三
흙에서 자란 곡식도 마땅히 토질의 비옥을 알겠지,
壤品須看原膴膴
절간 이름은 모두 샘물이 넘실거림에 있다네.
寺名都在井涵涵
달빛 스며든 깊숙한 방에 한가한 중은 잠들고,
月窺深室閑僧睡
골짜기 메아리치는 빈 당(堂)에 손은 앉아 이야기하네.
谷荅虛堂坐客談
도잠(陶潛)25)의 더위 씻는 서늘한 집이 하필이면 북쪽 창일까?
陶暑涼軒何必北
소공(召公)26)의 바람 쐬던 높은 정자는 가장 남쪽 끝에 밝았네.
召風巍榭最宣南
개인 하늘에 노을은 불꽃보다 붉고,
霽天霞色殷於火
새벽 주점의 안개는 쪽빛처럼 푸르네.
曉店烟光翠似藍
일찍 맑고 그윽함을 점유하였으니 그대는 자적하고,
早占淸幽君自適
늦게야 좋은 경치를 만났으니 나는 바야흐로 부끄럽네.
晩逢佳勝我方慙
마음을 씻고 절에 머물러 같이 은거한다면,
洗心投社如同隱
물을 길어 차 끓이는 일도 오히려 감당하리.
汲水煎茶尙可堪
만약 화두(話頭)에 음미할 곳 있으면,
儻有話頭鑽味處
때로 이 늙은이 불러 참여시킴도 무방하리.
不妨時喚老寵參
-李奎報, 「題黃驪井泉寺諠師野景樓」, 『東國李相國集』(韓國文集叢刊 1), 473쪽.

「천령(川寧)으로 돌아갈 생각하며 읊음」

이슬은 산 속 사립문을 적시고,
露濕山中扉
바람은 강 위의 배에 불어오네.
風吹江上舲
표연(飄然)히 왔다가 또 가고,
飄然來又往
우연히 취했다가 도로 깨어나네.
偶爾醉還醒
달이 나오니 물결이 희고,
月出波濤白
구름이 걷히니 소나무와 계수나무가 푸르네.
雲收松桂靑
어찌 참된 정취 잃는 것을 배제하리?
安排失眞趣
부르고 부르는 것 정녕 하지 말라.
招喚莫丁寧
중을 만나니 글자를 많이 묻고,
逢僧多問字
손을 보내노라 혹 배를 끌어올리네.
送客或揚舲
귀가 어둑하니 항상 웃음이 많고,
耳憒恒多笑
마음이 맑으니 짐짓 홀로 깨었네.
心淸故獨醒
긴 강은 한 줄기가 푸르고,
長江一條碧
첩첩한 산은 몇 층이나 푸르른가.
疊巘幾層靑
들 흥치를 수습하기 어려우니,
野興難收拾
어느 때에 바로 천령(川寧)으로 갈까.
何時直往寧
나막신 신고 절에서 노닐며,
著屐游山寺
낚싯줄 드리우고 들 배에 앉아 있네.
垂坐絲野舲
시 읊는 것은 맹교(孟郊) 파리한 것 같고,
吟如東野瘦
있는 것은 차공(次公)의 깬 것과 같네.
在似次公醒
나무 빛은 구름 속에 푸르르고,
樹色雲中綠
하늘 모양은 물 밑에 푸르르네.
天容水底靑
어느 사람이 생각을 번거롭게 하여,
何人煩意匠
내가 천령(川寧)에 있는 것을 그리나?
畵我在川寧
-李穡, 「詠川寧思歸也」, 『牧隱集』(韓國文集叢刊 2), 123쪽.

「비를 무릅쓰고 천령(川寧) 서쪽 마을에서 자다(이때 금천(衿川)에 갈 일이 있었음)」

밤에 천령(川寧) 서쪽에 다다르니,
夜到川寧西
산은 검고 비는 붓는 듯이 내리네.
山黑雨如注
갈대언덕마을(葦岸村)도 분별할 수 없으니,
不辨葦岸村
어찌 이호(梨湖)나루를 물으랴.
那問梨湖渡
숲 끝에 다딤이 불 번쩍이며,
林端閃砧火
개 한 마리 나무 사립문에서 짖네.
一犬吟柴戶
천 마디로 주인을 부르다가,
千聲喚主人
도리어 주인의 노여움 샀네.
反被主入怒
주인은 한결같이 어찌 편안하고,
主人一何穩
길 가는 사람은 한결같이 어찌 괴로운가.
行子一何苦
침침한 방 안 연기요,
沈沈奧中煙
떨어지느니 옷 위의 이슬일세.
滴滴衣上露
급히 밥을 짓노라 모래쌀이 섞였는데,
急炊雜沙糜
거칠게 삼키더니 창자가 틀린다네.
麤呑攪腸肚
인생이 백년 사는 동안에,
人生百年內
평탄하고 험한 것 진실로 세기 어려우네.
夷險固難數
가까운 곳에 가는 것도 오히려 괴로운데,
近行猶酸辛
어찌 하물며 국경에 가는 길이랴.
何況關塞路
구름 다니는 길을 이미 스스로 차지했는데,
雲衢己自卜
옛날에는 군색한 걸음이 많았네.
宿昔多窘步
시골 산의 한 채 띠집에,
故山一團茅
남은 해를 보낼 만하리.
餘年可以度
-李植, 「冒雨宿川寧西村時有衿川之行」, 『澤堂集』(韓國文集叢刊 88), 215쪽 .

「청심루(淸心樓)」

십리 밝은 모랫가 언덕 따라 함께 감도니,
十里明沙岸共廻
관가(官家) 동쪽가에 그림 누각이 펼쳐져 있네.
官家東畔畵樓開
땅은 단아한 선비가 책을 펴놓은 것 같으며,
地如端士披書生
강은 아름다운 사람이 비파를 안고 오는 것 같네.
江似佳人抱瑟來
네 고을의 바람 돛대는 붉은 난간 아래 있고,
四郡風帆朱檻底
두 능(陵)의 안개 낀 나무는 비단 병풍 모퉁이일세.
二陵烟樹錦屛隈
한양(漢陽)으로 돌아가는 나그네가 봄을 타고 바라보니,
漢陽歸客乘春望
황려(黃驪)에 풀빛이 술잔을 둘러쌌네.
草色黃驪遶酒杯
-朴準源, 「淸心樓」, 『錦石集』(韓國文集叢刊 255), 41쪽.

「청심루(淸心樓) 밑에서 배를 풀어 한강(漢江)으로 향하니, 오랜 비가 처음 개어서 물색(物色)이 몹시 기이함」

골짜기에 넘쳐 표연(飄然)히 한 번 밧줄을 풀고,
漲峽飄然一解維
배 떠나기 전에 청심루(淸心樓)를 돌아보네.
淸心回首未移時
말 모는 종은 말을 가지고 언덕으로부터 돌아오니,
僕夫持馬自涯返
세 늙은이가 머리를 내어 가는 대로 따라가네.
三老開頭從所之
여강(驪江) 물 위의 바람은 자리에 불어 좋고,
驪國水風吹席好
용문(龍門)의 산빛은 쑥대를 걷으니 기이하네.
龍門山色捲蓬奇
우리가 가는 것이 하늘이 만나게 해준 것과 같으니,
吾行似被天公會
걷힌 안개와 올라오는 구름이 모두 시(詩)를 도와주네.
卷霧昇雲總助詩
-林象德, 「淸心樓下解舟向漢江宿雨初霽物色甚奇也」 ; 李賢求 편저, 『驪江詩軸』, 212~213쪽.

「침류정(沈流亭)」

먼 남국에 놀음이 이미 삼 년인데,
遠遊南國已三年
깃발을 예천에서 금사로 옮겼네.
移斾金沙自醴泉
이암(伊菴)의 유적이 있으니,
賴有伊庵遺迹在
침유정 위에 책 베고 조노라.
枕流亭上枕書眠
-金九容, 「沈流亭」, 『東國輿地勝覽』.

「침류정(枕流亭)」

시(詩)와 술로 즐거이 노는 것이 백년 가까운데,
詩酒歡娛近百年
옛사람 남기신 자취 임천(林泉)에 있구나.
古人遺迹在林泉
속세 십년에 은대(銀臺)에 총애받는데,
紅塵十載銀臺寵
다투는 것이 이암(伊菴)과 한번 취하여 자는 것과 어찌 같으리.
爭似伊菴一醉眠
-廉興邦, 「枕流亭」, 『東國輿地勝覽』.

「팔대수(八大藪)」

패다(貝多)는 예부터 이름난 숲이라,
貝多古名藪
강가에 울창하게 얽혔네.
盤鬱江之滸
전에 내가 돛을 날리며 지날 제,
昔我揚航過
닻줄을 오래 묵은 홰나무에 매었도다.
繫纜古槐樹
위에는 신선의 집이 있고,
上有神仙宮
아래는 교룡의 굴이 있네.
下有蛟龍府
멀리 운몽수(雲夢樹)를 생각하니,
緬懷雲夢藪
그와 백중(伯仲)하여 자랑할 만하네.
伯仲可誇詡
내 초(楚)나라의 깨어 있는 사람27) 아니어,
我非楚醒者
홀로 어부를 보지 못했네.
獨不見漁父
-徐居正, 「八大藪」, 『四佳集』(韓國文集叢刊 11), 178쪽.

「하령사(下嶺寺)에서 취해 놀면서」

호숫가 절에 우연히 다다르니,
偶到湖邊寺
시원한 바람 불어오니 취기가 절로 깨는구나.
淸風散酒醺
거친 들판엔 불길 일어나기 알맞고,
野荒偏引燒
아득한 강 위에는 구름 일기 쉽구나.
江暗易生雲
푸른 고개는 모래밭을 침범하며 끊어지고,
碧嶺侵沙斷
내달리는 물은 언덕을 끼고 나눠지네.
奔流夾岸分
외로운 배는 어느 곳에 대었나?
孤舟何處泊
어선에서 부는 피리소리 나지막이 들려오네.
漁笛晩來聞
-李奎報, 「醉遊下寧寺」, 『東國李相國集』(韓國文集叢刊 1), 349쪽.

「늦은 봄 하북사(下北寺) 누각에 등불 밝히고」

아득히 안개 낀 봉우리 만첩 청산인데,
漠漠烟巒萬壘靑
바라보이는 중에 어느 곳이 서울인가?
望中何許是神京
한가로운 구름은 시시각각 천태만상으로 변하고,
閑雲頃刻成千狀
흐르는 물은 한결같이 한 가지 소리일세.
流水尋常作一聲
가의(賈誼)28)는 이미 장사(長沙)로 귀양 갔었고,
已分長沙流賈誼
유정(劉楨)29)은 또 장포(漳浦)에 내침을 당했네.
更堪漳浦臥劉楨
세상에 근심 잊도록 술 주는 이 없어,
無人乞與忘憂物
축객(逐客)이 봄을 만나 더욱 평온하지 못하네.
逐客逢春益不平
-李奎報, 「暮春燈下北寺樓」, 『東國李相國集』(韓國文集叢刊 1), 4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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